NFT 열풍의 상징이었던 ‘지루한 원숭이’ 시리즈(Bored Ape Yacht Club, BAYC)는 단순한 디지털 이미지 그 이상이었습니다. 유명인들의 구매, 수억 원을 호가하던 시세, 그리고 한때의 문화 코드까지. 하지만 2022년 이후, NFT 시장의 급격한 하락과 함께 이 원숭이들은 ‘디지털 거품’의 상징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은 BAYC의 탄생부터 인기, 그리고 몰락까지의 흐름을 돌아보며 NFT 열풍의 본질을 조명합니다.
BAYC의 탄생: 원숭이 짤이 된 이유
BAYC는 2021년 4월, 미국의 스타트업 Yuga Labs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한 10,000개의 고유한 원숭이 캐릭터 NFT 시리즈입니다. 각각의 원숭이는 모자, 옷, 배경, 표정 등 조합 가능한 속성이 무작위로 설정되어 고유한 개성을 가졌고, 이는 프로필 사진(PFP) 문화와 결합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BAYC의 매력은 단순한 소장용 이미지를 넘어서, 커뮤니티 회원권 개념에 있었습니다. NFT를 소유하면 디스코드 채널과 독점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었고, BAYC만의 온라인 정체성과 소속감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명인들의 구매가 가격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 지미 팰런, 에미넴, 스테판 커리, 마돈나 등이 BAYC NFT를 구매하고 SNS 프로필로 사용하면서, BAYC는 단숨에 디지털 명품이자 온라인 상류층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2021년 말, 한 점당 평균 가격은 100ETH(당시 약 5억 원 이상)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과열과 정점: 패션과 광고까지 침투
NFT 열풍이 고조되며 BAYC는 단순한 크립토 커뮤니티를 넘어 대중문화 영역까지 확장됩니다. - 브랜드와의 콜라보: 아디다스, 슈프림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업 - 게임 및 메타버스 개발 발표 - BAYC 기반 밈코인 $APE 코인 런칭 - BAYC 보유자 대상 실물 굿즈, 디지털 공연 이벤트 등 이 과정에서 BAYC는 ‘새로운 인터넷 정체성의 전형’, 나아가 차세대 패션과 예술로까지 포지셔닝됐습니다. 유튜브 영상, 트위터 밈, 텔레그램 스티커 등으로 ‘지루한 원숭이 얼굴’은 익숙한 디지털 캐릭터가 되었고, 디지털 갤러리나 기업 광고에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시기부터 과열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됩니다. - BAYC NFT가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 - 유사 프로젝트 난립 및 사기 사건 급증 - 일반인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커뮤니티는 점점 폐쇄적으로 변모 NFT의 진입 장벽은 그대로 두고, 시세만 오르자 ‘진정한 웹3’의 가치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급락과 회의: 디지털 원숭이의 민낯
2022년 중반부터 시작된 NFT 시장 전반의 하락세는 BAYC에게도 치명적이었습니다. 암호화폐 가격 급락과 함께 NFT 거래량이 급감했고, BAYC 평균 가격도 100ETH → 30ETH 수준으로 폭락합니다. 게다가 다음과 같은 사건이 연이어 터집니다: - 유가랩스 피싱 해킹 사건 → BAYC NFT 수십 점 도난 - 유명인들의 ‘광고성 구매 논란’ - $APE 토큰 급락 및 기대 이하의 메타버스 결과물 BAYC는 한때의 열풍이자 디지털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로 전락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수억짜리 원숭이, 지금은 아무도 프로필에 안 단다”는 자조가 퍼졌고, BAYC의 이미지는 희화화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BAYC 장례식 밈’, 즉 원숭이 NFT를 사진으로 태우거나 제사상 이미지로 합성해 패러디하는 유행까지 등장했습니다. 결국 BAYC는 NFT 역사에서 가장 성공했지만 동시에 가장 상징적으로 무너진 프로젝트로 기억됩니다. ‘디지털 희소성’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가치’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NFT는 단지 기술이 아니라 문화이고, 사회적 현상입니다. BAYC의 사례는 NFT가 어떻게 유행하고,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가장 명확히 보여줍니다. 디지털 자산을 대할 때 중요한 건, 그 속에 담긴 진짜 가치와 지속 가능성입니다. 밈이 될 수는 있지만, 버블이 되지 않으려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