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채굴 천국에서 퇴출까지: 중국의 채굴 산업 성장과 급변
2.에너지와 환경 문제: 탄소 중립과의 충돌
3.채굴 난민과 글로벌 재편: 산업의 해외 이전
한때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중심지였던 중국이 2021년, 돌연 ‘채굴 전면 금지령’을 발표하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채굴장의 폐쇄는 단순한 산업 규제를 넘어, 에너지 정책, 금융 안정성, 그리고 정부 통제와 관련된 다양한 요인을 반영한 상징적 조치였습니다. 본 글에서는 중국이 왜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했는지, 그 여파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글로벌 시장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채굴 천국에서 퇴출까지: 중국의 채굴 산업 성장과 급변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국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 해시파워(hash power)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채굴 천국’으로 불렸습니다. 그 배경에는 값싼 석탄과 수력발전 기반의 전기, 느슨한 규제, 값싼 노동력 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쓰촨성,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몽골 등은 풍부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대규모 채굴장이 들어섰고, 이는 곧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2021년 5월, 중국 정부는 갑작스레 채굴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각 지방 정부는 채굴장을 철거하거나 전력 공급을 차단했고, 불법 채굴을 적발하는 대규모 단속이 시작됐습니다. 신장, 내몽골, 쓰촨 등 주요 지역 채굴장들이 순식간에 셧다운됐고, 전 세계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한때 5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금융 시스템 리스크 완화”, “에너지 과소비 방지”, “탄소 중립 목표 달성” 등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중앙 정부의 경제 통제력 강화와 자국 디지털 화폐(CBDC, 디지털 위안화) 육성이 핵심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즉, 통제 불가능한 탈중앙화 암호화폐 채굴을 억제하고, 중앙 집중형 디지털 화폐로 시장을 재편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 탄소 중립과의 충돌
중국이 채굴을 금지한 또 다른 핵심 배경은 바로 환경 정책입니다. 비트코인 채굴은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작업으로, 특히 석탄 기반 전력에 의존한 지역에서는 탄소 배출량 증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 정점 도달,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채굴 산업은 이러한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일부 채굴장은 불법으로 석탄 발전소를 가동하거나, 비공식 전력망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아 규제를 회피해왔습니다. 국제 사회 또한 중국의 채굴 활동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세계 경제 포럼(WEF)과 UN은 암호화폐 채굴의 환경 영향을 우려하며, 글로벌 차원의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압박에 대응하고, 기후 변화 대응에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채굴 금지라는 강수를 둔 것입니다. 또한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에너지 소비 절감 지표는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작용했습니다.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각 지방은 채굴장을 정리하며, 공식적으로는 ‘에너지 절약’과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채굴 난민과 글로벌 재편: 산업의 해외 이전
중국 내 채굴장들이 급격히 문을 닫으면서 이른바 ‘채굴 난민(mining refugees)’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중국에 기반을 둔 대형 채굴업체들은 미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캐나다, 이란 등으로 이동했으며, 일부는 북유럽의 친환경 전력 기반 지역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특히 미국은 이 기회를 활용해 빠르게 채굴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습니다. 텍사스, 와이오밍, 조지아 등 일부 주에서는 친기업 정책과 저렴한 전력을 무기로 채굴 기업들을 유치했으며, 2022년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 해시파워 국가로 떠올랐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초기에는 채굴 기업들을 대거 수용했지만, 전력 부족과 인터넷 차단,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채굴 업계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반면 캐나다는 친환경 전력과 안정적인 인프라를 앞세워 장기적인 채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재편은 암호화폐 생태계의 분산화와 탈중앙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도 해석됩니다. 한 국가의 정책 변화가 전체 네트워크를 좌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국가로 분산된 채굴 네트워크는 보안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전면 금지 조치는 단순한 산업 억제가 아니라, 에너지 정책, 금융 통제, 디지털 화폐 전략이 복합된 대규모 국가 정책이었습니다. 그 여파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정을 초래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채굴 산업의 국제적 분산과 생태계 다양화라는 긍정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산업은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향후에도 각국의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