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도의 금지 움직임: 배경과 정부의 입장
2.시장과 국민의 반응: 금지보다 규제를 원한다
3.현재와 미래: 디지털 루피와 입법 공방의 교차점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암호화폐 사용자 기반 중 하나를 보유한 인도. 그러나 인도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의 합법성 문제를 두고 수차례 금지와 허용을 오가는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2021년 이후 특히 ‘암호화폐 전면 금지법’ 추진은 시장과 국민 모두에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글로벌 암호화폐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도 정부의 금지 시도 배경, 주요 입법 동향, 그리고 사회·경제적 반응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인도의 금지 움직임: 배경과 정부의 입장
인도는 2017년부터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생겨나고,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거래량이 급증하고 일부 사기 사례가 발생하면서 정부와 중앙은행(RBI)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인도 준비은행(RBI)은 금융기관에 대해 암호화폐와 관련된 모든 거래 서비스를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했고, 이는 사실상 간접적인 금지 조치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인도 대법원은 이 조치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며 해당 지침을 무효화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거래소와 투자자들은 다시 시장으로 돌아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암호화폐를 불법 자산으로 간주하는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2021년에는 ‘암호화폐 전면 금지 및 디지털 루피 발행 법안(Cryptocurrency and Regulation of Official Digital Currency Bill)’이 발의되며, 다시 한 번 시장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해당 법안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모든 민간 암호화폐의 보유, 거래, 채굴, 전송을 불법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및 징역형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암호화폐는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에 악용될 수 있고, 인도 루피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한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반대 측은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청년층의 투자 자유를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시장과 국민의 반응: 금지보다 규제를 원한다
인도는 암호화폐 사용자 수 기준으로 세계 2~3위에 들 정도로 활발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 연령대가 20~30대에 집중되어 있고, 모바일 기반 거래가 보편화된 만큼, ‘금지’보다는 ‘관리 가능한 규제’를 원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2021년 금지 법안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WazirX, CoinDCX, ZebPay 등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에 “합리적인 규제안을 도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트위터와 미디엄 등 SNS 플랫폼에서도 “#IndiaWantsCrypto”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며, 수많은 시민과 인플루언서들이 암호화폐 금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실제 국민들은 암호화폐를 투자 자산이자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미 수백만 명이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을 보유 중이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면 금지’를 시행할 경우, 자산 몰수나 거래소 폐쇄 등의 사회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했습니다. 한편, 금지 법안이 제안된 이후에도 암호화폐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규제를 우회하려 했습니다. 이는 정부 정책이 시장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고, 일부 의원들 역시 금지가 아닌 ‘세금 부과 및 라이선스 기반 거래소 운영’ 등의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와 미래: 디지털 루피와 입법 공방의 교차점
2022년 이후, 인도 정부는 암호화폐를 완전히 금지하는 대신, 점진적인 과세와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예산안 발표에서 암호화폐 거래 수익에 대해 30%의 고정세율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손실 공제 없이 과세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투자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인도 중앙은행(RBI)은 디지털 루피(CBDC) 발행을 위한 시범 운영을 개시했습니다. 이는 탈중앙화 암호화폐를 억제하는 한편, 중앙 통제 가능한 디지털 화폐로 시장을 대체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디지털 루피는 현재 대형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제한적인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금융 인프라를 혁신하고, 세원 확보 및 자금 추적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도는 ‘금지와 육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중입니다. 일부 의원과 규제 당국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위험 자산으로 간주하며 강한 규제를 원하지만, 산업계와 젊은 투자자들은 법적 기반 위에서 안전하게 거래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도의 향후 행보는 디지털 화폐, 투자자 보호, 국가 경제 전략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단순한 금지보다는, 투명한 제도와 건전한 시장 육성을 위한 ‘암호화폐 법안 2.0’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인도의 비트코인 금지 시도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서,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는 국가적 시각과 기술 전략의 갈림길에 놓여 있음을 보여줍니다. 초기의 강경한 금지 입장은 사회적 반발과 시장 현실 앞에서 완화되었고, 현재는 과세와 제도화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지금, ‘통제 가능한 자유’를 추구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이 거대한 시장의 정책 변화가 세계 암호화폐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인도의 움직임에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