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비트코인의 구조:익명성과 탈중앙화
2.전통 금융 시스템과의 차이점
3.대표적인 랜섬웨어 사건과 비트코인 연계
4.왜 비트코인인가?다른 암호화폐는 왜 아닐까?
5.블록체인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의 딜레마
6.대응 전략:정부와 개인을 역할
디지털 시대의 그림자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점점 진화하는 사이버 공격, 그 중에서도 랜섬웨어(Ransomware)가 있습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나 서버의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그 암호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소프트웨어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대가로 요구하는 지불 수단은 대부분 비트코인(Bitcoin)입니다. 왜 범죄자들은 굳이 비트코인을 요구할까요? 이 글에서는 랜섬웨어가 비트코인을 선택하는 이유, 실제 사례,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 그리고 우리가 취해야 할 대응책까지 총망라합니다.
비트코인의 구조: 익명성과 탈중앙화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개발한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입니다. 그 가장 큰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탈중앙화: 은행, 정부 등 중앙기관의 개입 없이 운영됨
- 익명성: 실명 인증 없이 누구나 지갑 생성 가능
- 투명성: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에 기록되며 위·변조 불가
이러한 특성은 비트코인을 자유롭고 개방된 금융 시스템으로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지갑 주소’는 단순한 문자열일 뿐, 개인 정보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신원을 추적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즉, 비트코인은 익명성과 이동성, 탈규제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랜섬웨어 공격자들에게 매우 적합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 시스템과의 차이점
범죄자 입장에서 기존 금융 시스템은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합니다:
- 계좌 개설 시 실명 인증 필요 (KYC, AML 의무 적용)
- 은행 거래는 실시간으로 추적 가능
- 국가 간 송금 시 규제 및 심사 필수
- 당국 요청으로 계좌 동결 가능
반면, 비트코인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비실명 지갑 생성 가능
- 실시간 전 세계 전송 가능
- 지갑 간의 송금은 차단 불가능
- 정부나 기관이 직접 개입할 수 없음
이러한 점에서 범죄자들은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선택하게 됩니다. 즉, 법망과 통제를 회피할 수 있는 ‘범죄 친화적’ 시스템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랜섬웨어 사건과 비트코인 연계
실제로 많은 랜섬웨어 공격에서 비트코인이 대가로 요구되었으며, 다음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 WannaCry (2017)
NSA의 해킹 도구인 'EternalBlue'를 악용해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30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킨 악성 랜섬웨어. 감염 후 “비트코인으로 300~600달러 상당의 금액을 3일 이내에 보내라”는 메시지가 표시되었습니다. 피해자는 병원, 학교, 통신사, 정부기관 등 다양했습니다.
2. Colonial Pipeline (2021)
미국 동부 최대 송유관 회사. DarkSide라는 해커 조직이 랜섬웨어를 퍼뜨려 약 5일간 공급이 중단되었고, 미국 내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해커들은 75 BTC를 요구했으며, 당시 시세로 약 500만 달러 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미국 FBI가 일부 자금을 회수했으나, 전부 복구되지는 못했습니다.
3. REvil (2020~2022)
대형 IT 기업을 노린 글로벌 해커 그룹. Kaseya, JBS Foods 등 다국적 기업의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700억 원 이상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한 사건으로 유명합니다.
4. 기타 사례
- Ryuk: 병원, 지방정부 등 의료 인프라 타깃
- Sodinokibi: 데이터 유출 협박과 함께 이중 랜섬 요구
이들 해커들은 하나같이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고집하며, 때로는 Monero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도 추가로 요구합니다.
왜 비트코인인가? 다른 암호화폐는 왜 아닐까?
범죄자들이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한 익명성뿐만이 아닙니다:
-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풍부: 환전이 용이
- 전 세계 거의 모든 거래소에서 지원: 출금 가능성 높음
- 피해자 입장에서 지불하기 쉬움: 인식도와 접근성 높음
Monero, Zcash, Dash 등 익명성이 더 강력한 코인도 있지만, 비트코인만큼의 유동성은 부족하기 때문에 주로 1차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하고, 이후 세탁을 위해 익명 코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블록체인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의 딜레마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되며 누구나 열람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을 통해 흔적을 숨깁니다:
- 수천 개의 지갑으로 코인 분산 전송
- 믹싱 서비스(Tornado Cash 등)를 이용해 코인 흐름 섞기
-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이용해 환전
-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한 고속 거래 및 세탁
결국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실질적인 실명제와 연결되지 않는 한, 법적 추적은 여전히 한계를 가집니다.
대응 전략: 정부와 개인의 역할
세계 각국 정부는 랜섬웨어와 비트코인 악용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 암호화폐 거래소에 KYC/AML 의무 부과
- 블록체인 포렌식 기술 개발 (예: Chainalysis, CipherTrace)
- 범죄 관련 지갑 주소 글로벌 블랙리스트 운영
- 사이버 범죄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 체계 구축
하지만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업과 개인 사용자 모두가 자산 보호와 시스템 보안을 강화해야 하며, 다음은 권장되는 보안 수칙입니다:
- 운영체제, 백신, 보안 패치 최신 상태 유지
- 중요 파일은 오프라인 백업
- 알 수 없는 링크나 첨부파일 클릭 금지
- 이중 인증(2FA) 설정 필수
- 랜섬웨어 대응 툴 및 복구 시스템 사전 점검
결론
랜섬웨어 공격자들이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익명성과 탈중앙성, 추적 회피성, 그리고 높은 유동성이라는 비트코인의 특성이 범죄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트코인이라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린 문제입니다. 블록체인은 투명성과 자율성을 지향하지만, **자율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비트코인에 대해 단순한 투자 수단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 잠재력과 위험성을 모두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갖춰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