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IS와 IMF의 경계심: 비트코인은 화폐인가 자산인가?
2.중앙은행 내부 문건과 조용한 테스트: 현실은 조정 중
3.새로운 금융질서의 가능성: 비트코인으 '디지털 금' 이 될 수 있는가?
2020년대 들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급부상하면서, 이제는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국제 금융 시스템의 재편 논의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 주요 중앙은행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을 국제결제 수단 또는 준비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국제은행 간 비트코인 사용 논의의 배경과 실제 사례, 그리고 그 의미와 향후 방향을 심층 분석합니다.
BIS와 IMF의 경계심: 비트코인은 화폐인가 자산인가?
국제금융 시스템의 핵심 축인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 매우 신중하거나 경계하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이들 기관은 비트코인을 ‘투기성 자산’으로 분류하며, 변동성, 익명성, 자금세탁 가능성 등의 이유로 법정 통화 또는 결제 수단으로서의 사용을 강하게 반대해 왔습니다. BIS는 2022년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도, 안정적 결제 수단으로도 부적절하다”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IMF 역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암호화폐를 통화정책의 기초로 삼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 입장과 달리, 비공식 회의나 정책 내부 보고서에서는 점차 다른 시선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일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나 제재로 국제 송금이 제한된 국가들은 비트코인을 일종의 회색지대 자산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BIS와 IMF도 단순한 반대보다는, “감시 가능한 방식” 혹은 “준비자산으로의 제한적 사용”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앙은행 내부 문건과 조용한 테스트: 현실은 조정 중
최근 유출된 일부 문건과 정책 브리핑을 통해, 몇몇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 또는 외환 비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타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러시아, 이란, 터키, 아르헨티나 등의 중앙은행에서는 비트코인 보유 혹은 국제 거래에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해 왔습니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미국 중심의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SWIFT 제재나 환율 급등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 비트코인을 ‘탈달러 전략’의 도구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3년 일부 에너지 거래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이란은 이미 민간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시범 운영했습니다. 또한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 간 송금 시 비트코인을 중간 매개로 사용하는 테스트 송금 프로젝트가 민간-정부 협력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은 공식 문서나 보도자료가 아닌 비공식적·실험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반응과 규제 이슈에 따라 빠르게 철회되거나 조정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점에서 비트코인의 국제은행 간 사용 논의는 아직 ‘수면 아래의 조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금융질서의 가능성: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될 수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국제결제 통화로서 기능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초당 처리 속도가 느리며, 글로벌 수용률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금(Digital Gold)’로서의 역할은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금과 같은 위기 대비 자산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통화 불안정 국가일수록 자국 통화 대신 디지털 자산을 비축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외환보유고의 리스크 분산을 꾀하려 합니다. 또한 세계 주요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중앙은행 간 디지털 송금 시스템인 ‘mBridge 프로젝트’나 ‘Project Dunbar’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에서 중개 자산으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기술진과 연구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논의는 기존 달러 중심 금융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이자, 다극화된 디지털 금융 시대를 준비하는 전환점일 수 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이 지금 당장은 결제 통화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시대의 금처럼 일정 비율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국제은행 간 비트코인 사용 논의는 아직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통 금융 시스템의 균열 속에서 조용히 확산되고 있는 중요한 흐름입니다. BIS와 IMF는 공식적으로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지만, 세계 곳곳의 중앙은행들은 위기 대응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이 단지 투자 수단을 넘어 국가 간 신뢰와 금융 주권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의 국제금융 지형이 재편되는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